[마이데일리 = 광주 김진성 기자] “아, 근데 진짜 좋은 피쳐예요.”
21일 광주 KIA챔피언스필드. 김경문 감독은 KIA 타이거즈와의 원정경기를 앞두고 그라운드에서 몸을 풀고 3루 덕아웃으로 돌아오던 한화 선수들에게 특유의 “어이, 수고”라고 했다. 선수들 중에선 에이스 류현진(37)도 있었다.
김경문 감독과 취재진 사이에서 자연스럽게 류현진 얘기가 나왔다. 류현진은 올 시즌 14경기서 5승4패 평균자책점 3.38, 80이닝, 피안타율 0.273에 WHIP 1.30이다. 8년 170억원 초대형계약에 어울리지 않는 성적이긴 해도 퀄리티스타트 9차례에서 ‘역시 류현진’이라고 느껴진다.
류현진의 올 시즌은 첫 8경기와 이후 6경기로 나눌 수 있다. 첫 8경기서 2승4패 평균자책점 5.65였다. 4월5일 고척 키움 히어로즈전 4⅓이닝 9피안타 2탈삼진 2볼넷 9실점 참사와 함께, 5자책 경기가 두 차례나 포함됐다.
그러나 최근 6경기서는 3승 평균자책점 0.73이다. 37이닝 3자책이며, 5월25일 인천 SSG 랜더스전 2회부터 25이닝 연속 비자책 행진이다. 고척 참사 직후 8.36까지 치솟은 평균자책점이, 18일 청주 키움전서 8이닝 5피안타 8탈삼진 무실점으로 깔끔하게 복수하자 3.38까지 내려왔다.
규정이닝을 채운 투수들 중 평균자책점 최하위권이었던 류현진이, 어느덧 리그 4위로 뛰어올랐다. 평균자책점을 제외한 기본적인 세부 스탯이 리그 최상위권은 아니다. 그러나 시즌 초반에 비해 확실히 보정됐다. 피로뿐만 아니라, 스탯 회복능력도 탁월하다. 괜히 괴물이 아니다.
김경문 감독은 슬며시 웃으면서 “처음엔 좀 고전할 것이라고 생각했어”라고 했다. 류현진이 2012시즌 이후 12년만에 KBO리그에 돌아오니 적응할 부분이 분명히 있을 것이란 얘기다. 자신도 2018년 이후 6년만에 KBO리그에 돌아오니 리그가 완전히 달라졌다는 반응을 보였다. 직접 경기를 하는 류현진은 말할 것도 없다.
조심스럽게 ABS 얘기를 꺼냈다. 김경문 감독은 류현진이 좌우 스트라이크 존을 잘 활용하는데, ABS가 낯설 수밖에 없다고 봤다. KBO리그 선수들도 기존에 굳어진 스트라이크 존과 다름을 느끼는데, 11년간 메이저리그에서 뛴 류현진은 스트라이크 존이 더더욱 새롭게 느껴질 수 있다.
김경문 감독은 직접 동작을 보이면서 “체인지업을 던지는데, 들어갔다 싶으면 다 볼이 되니까. 본인이 굉장히 던지는데 갑갑할 수 있었다”라고 했다. 결국 류현진이 최근 특유의 커맨드, 제구, 경기운영능력을 앞세워 ‘괴물 모드’를 되찾은 건 ABS 적응이 크다는 얘기다.
사실 9개 구단 타자들은 시즌 초반부터 류현진을 공략하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고척 참사 정도를 제외하고 ‘받쳐놓고 난타’ 당한 경기는 많지 않았다. 타구속도 관리도 잘 됐다. KBO 공식기록업체 스포츠투아이에 따르면, 류현진이 올 시즌 허용한 평균 타구속도는 129km로 리그에서 9번째로 낮다. 여기에 김경문 감독은 굳이 언급하지 않았지만, 한화 내, 외야 수비력이 여전히 리그 정상급과 거리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김경문 감독은 “16년만에(베이징올림픽 이후) 현진이랑 다시 같이하는데, 진짜 좋은 피쳐예요. 진짜 몸 관리도 자기가 알아서 하고, 좋은 피쳐라는 걸 다시 느끼고 있다”라고 했다. 그렇다면 이제 탄탄대로일까. 김경문 감독은 “아니, 뭐 또 맞을 수도 있겠지. 또 맞을 수도 있는데, 현진이를 마운드에 올리면 일단 마음이 편하다고”라고 했다.
66세 최고령 감독의 웃음에 류현진에 대한 믿음이 묻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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