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뉴스 | 이원희 기자]
김민재. /사진=바이에른 뮌헨 SNS
한국 축구의 위엄이다. '캡틴' 손흥민(31·토트넘)과 '괴물' 김민재(27·바이에른 뮌헨)가 2023년 올해 최고의 활약을 펼친 선수 50위 안에 들었다.
스포츠전문 스코어90은 25일(한국시간) 축구전문지 포포투가 선정한 2023 베스트 플레이어 50명을 소개했다. 수많은 월드클래스 선수들이 이름을 올린 가운데 대한민국 선수도 두 명이나 포함됐다. 주인공은 손흥민과 김민재였다. 공격수 손흥민은 30위에 랭크됐다.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활약 중인 프랭키 데 용(46위), 독일 바이에른 뮌헨 주전 요슈아 키미히(45위), 잉글랜드 리버풀의 버질 반다이크(32)보다도 높은 순위였다.
손흥민은 '숙명의 라이벌' 일본을 대표하는 쿠보 타케후사(레알 소시에다드·44위), 미토마 카오루(브라이턴·43위)보다도 순위가 높아 한국 축구의 자존심까지 지켰다.
김민재는 47위를 기록했다. 이탈리아 AC밀란의 주전 골키퍼 마이크 메냥(50위), 잉글랜드 아스톤빌라 골키퍼 에밀리아노 마르티네스(49위), 프랑스 파리 생제르맹 공격수 랑달 콜로 무나이(48위)보다도 순위가 좋았다. 센터백 포지션만 놓고 봤을 때는 다섯 손가락 안에 들었다. 김민재보다 순위가 좋은 센터백은 반 다이크, '맨체스터 시티 듀오' 후벵 디아스(26위), 존 스톤스(18위), 아스널 수비수 윌리엄 살리바(16위)뿐이었다.
토트넘 공격수 손흥민은 올해도 변함없는 특급 활약을 펼쳤다. 지난 시즌 안와골절, 스포츠탈장 등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막판 골 폭풍을 몰아쳐 10골 6도움을 기록. 어떻게든 리그 두 자릿수 득점 기록을 채웠다. 올해 활약은 상상 이상이다. 소속팀 토트넘은 지난 여름 에이스 해리 케인(뮌헨)을 떠나보내 전력 공백이 예상됐다. 케인은 여러 차례 프리미어리그 득점왕을 차지하고, 밥 먹듯이 골을 넣는 선수다. 케인이 없다면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
하지만 토트넘에는 손흥민이 있었다. 손흥민은 올 시즌 리그 18경기에서 11골 4도움을 올렸다. 팀에서 가장 많은 골을 넣었고 득점 부문 리그 공동 4위에도 이름을 올렸다. 손흥민은 득점 선두 엘링 홀란드(맨시티·14골), 공동 2위 모하메드 살라(리버풀·12골), 도미닉 솔란케(본머스·12골)를 추격하고 있다. 잉글랜드 대표팀 공격수 재로드 보웬(웨스트햄·11골)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시즌 초반에는 케인의 자리를 대신해 최전방 공격수로 뛰었다, 최근에는 본래 포지션인 왼쪽 측면 공격수로 나서고 있다. 손흥민이 적극적으로 상대 진영을 휘저어주면서 히샬리송, 데얀 쿨루셉스키 등 동료 선수들의 움직임도 좋아졌다.
손흥민은 축구전문매체 골닷컴이 선정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전반기 베스트11에도 이름을 올렸다. 매체는 "손흥민은 EPL 레전드로 자리 잡았다. 그는 EPL 역사상 최고의 아시아 선수다. 또 EPL 9시즌 중 첫 시즌을 제외하고 매 시즌 두 자릿수 골을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본인도 인정했듯이 손흥민의 지난 시즌은 실망스러웠다. 토트넘의 8위 추락과 함께 손흥민의 경기력도 떨어졌다. 손흥민은 새로운 출발이 필요한 것처럼 보였다"면서도 "안제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토트넘에 부임하고 케인이 이적 등이 맞물리면서, 손흥민은 스트라이커 역할로 바뀌었고 또 최고의 경기력을 되찾았다. 손흥민은 벌써 두 번째 득점왕을 노리고 있다. 토트넘도 핵심 선수들의 복귀를 기다리고 있는 상황에서 선두 자리를 노리고 있고 EPL 우승에도 도전한다"고 높게 평가했다.
또 매체는 "손흥민은 마무리 기술에 있어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빅매치에서도 최고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31세의 나이에도 토트넘의 주전으로 활약하고 있다"고 칭찬했다. 토트넘은 11승3무4패(승점 36)를 기록하고 리그 4위에 올라있다. 리그 선두 리버풀(12승6무1패·승점 42)와 격차도 크지 않다. 상승세를 이어간다면 언제든 선두 자리를 위협할 수 있는 위치다.
2023년 최고의 선수 30위를 기록한 손흥민(빨간색 네모). /사진=스코어90 캡처
2023년 최고의 선수 47위를 기록한 김민재(빨간색 네모). /사진=스코어90 캡처
손흥민은 12월에도 골 폭풍을 몰아쳤다. 지난 4일 맨시티전에서 1골 1도움을 올렸다. 손흥민이 공을 잡고 득점을 올리자 '명장' 펩 과르디올라 맨시티 감독이 좌절하는 모습이 잡혀 큰 화제가 됐다. 손흥민은 리그 16라운드 뉴캐슬전에서도 1골 2도움을 올리고 토트넘의 4-1 승리를 이끌었다. 당시 손흥민은 주요 유럽축구 통계매체들로부터 9점대 이상의 높은 평점을 받았다. 토트넘도 5경기 무승 부진에 빠져 있다가 뉴캐슬전 승리를 통해 반등에 성공했다. 뉴캐슬을 잡은 뒤 노팅엄 포레스트, 에버턴까지 꺾어 리그 3연승에 성공했다. 토트넘 부활에 손흥민이 결정적인 역할을 해냈다.
손흥민은 24일에 열린 에버턴과 홈경기에서도 추가골을 기록해 팀 2-1 승리에 일조했다. 이날 손흥민은 왼쪽 측면 공격수로 출전했다. 2선에 배치돼 쿨루셉스키, 브레넌 존슨과 함께 최전방 공격수 히샬리송을 지원했다. 손흥민의 골은 전반 18분에 터졌다. 토트넘은 코너킥 상황에서 크로스를 올리지 않고 짧은 패스로 공격을 이어나갔다. 쿨루셉스키가 페드로 포로에게 킬패스를 찔러주었고, 포로는 강력한 슈팅을 날렸다. 포로의 슈팅은 상대 골키퍼 조던 픽포드에게 막혔으나 손흥민이 곧바로 슈팅을 날려 골망을 흔들었다.
득점을 확인한 손흥민은 두 팔을 벌려 펄쩍 뛰어오른 뒤 어퍼컷 세리머니를 펼쳤다. 또 동료 공격수 히샬리송과 어깨동무하며 기쁨을 나눴다. 토트넘은 상대 슈팅을 7개나 막아낸 골키퍼 굴리엘모 비카리오의 선방쇼, 히샬리송과 손흥민의 연속골을 앞세워 귀중한 승점 3을 따냈다. 에버턴은 토트넘전에서 슈팅 18개나 날리고도 1골을 넣는데 그쳤다. 반면 토트넘은 상대보다 적은 유효슈팅 6개만 시도하고도 2골을 올렸다. 정확도 높은 손흥민의 공격력이 큰 힘이 됐다.
손흥민. /사진=토트넘 SNS
손흥민의 골 세리머니. /사진=토트넘 SNS
손흥민은 에버턴전에서 경기 최고의 활약을 펼친 선수에게 주어지는 '맨 오브 더 매치'에도 선정됐다. 67.1%라는 압도적인 투표율을 기록했다. 팀 골키퍼 굴리엘모 비카리오(15.1%), 3위 포로(7.8%)를 제쳤다.
또 손흥민은 에버턴전 골로 EPL 통산 114호골을 넣었다. '레전드' 이안 라이트(113골)를 제치고, EPL 역대 득점 23위로 올라섰다. 이안 라이트는 '토트넘 라이벌' 아스널, 웨스트햄 등에서 활약한 전설적인 공격수다. 이제 손흥민은 '리버풀 레전드' 스티븐 제라드의 120골, 맨유, 첼시 등에서 뛰었던 로멜루 루카쿠의 121골, '또 다른 전설' 드와이트 요크(123골), 니콜라스 아넬카((125골)을 따라잡으려고 한다. 손흥민이 앞으로 13골만 더 넣는다면 토트넘에서 전성기를 보낸 구단 레전드 로비 킨(126골)도 뛰어넘을 수 있다.
손흥민은 통계매체 후스코어드닷컴이 선정한 EPL 베스트11에도 포함됐다. 올 시즌 18라운드까지 진행된 가운데, 올 시즌 평점이 가장 높은 선수들 중 포지션 별로 1~2명씩 뽑아 베스트11을 만든 것이다. 손흥민은 평점 7.4을 가져가 공격수 부문에 들어갔다. 괴물 공격수 홀란과 함께 투톱을 맞췄다. 토트넘 선수 중에는 손흥민과 '새로운 파트너' 제임스 매디슨(평점 7.6)만이 이름을 올렸다.
손흥민. /사진=프리미어리그 홈페이지
손흥민은 지난 9월 EPL 이달의 선수에도 선정됐다. 개인 통산 4번째 수상이었다. 지난 2016년 9월(4골 1도움)과 2017년 4월(5골 1도움), 그리고 2020년 10월(4골 2도움)에 이달의 선수상을 받은 바 있다. 티에리 앙리와 앨런 시어러, 데니스 베르캄프 등 세계적인 EPL 레전드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당시 손흥민은 다른 경쟁자들보다 월등하게 뛰어난 활약을 펼쳤다. 손흥민은 지난 9월 한 달 동안 치른 리그 4경기에서 무려 6골을 몰아쳤다. 지난 4라운드 번리전 해트트릭에 이어 '북런던 라이벌' 아스널전에서도 멀티골을 기록했다. 토트넘도 힘든 아스널 원정에서 2-2 무승부를 거뒀다. 또 손흥민은 '우승 후보' 리버풀을 상대로도 골을 기록해 팀의 2-1 승리를 이끌었다.
라커룸으로 향하는 김민재(왼쪽). /사진=김민재 SNS
나폴리 팬들 앞에서 포효하는 김민재. /사진=나폴리 SNS
대한민국 수비수 김민재도 최고의 한 해를 보냈다. 지난 해 여름 페네르바체(튀르키예)에서 나폴리(이탈리아)로 이적한 김민재는 지난 시즌 내내 엄청난 퍼포먼스를 선보이며 유럽 최고 수비수로 올라섰다. 김민재는 33년 만에 이뤄낸 나폴리 이탈리아 세리에A 우승에 핵심 역할을 수행했다. 리그 35경기에 출전해 매 경기 철벽수비를 펼쳤다. 후스코어드닷컴 기준 세리에A 센터백 중 가장 높은 평점 7.70을 기록했다. 이와 함께 김민재는 세리에A 사무국이 선정하는 베스트 수비수상, 리그 베스트11도 차지했다.
또 김민재는 나폴리 구단 역대 최고 성적인 유럽챔피언스리그 8강 진출을 이끌었다. 출장정지징계를 받은 한 경기를 제외하고, 대회 9경기에서 탄탄한 수비를 과시했다.
덕분에 김민재는 지난 여름 맨유(잉글랜드), 파리 생제르맹(프랑스) 등 수많은 러브콜을 받은 끝에 '독일 최강' 뮌헨으로 이적했다. 새로운 팀에서도 핵심 수비수로 활약 중이다. 마타이스 데리흐트, 다욧 우파메카노와 주전 경쟁에서 승리했다. 김민재는 리그 15경기에 출전했다. 동료 센터백들이 부상으로 힘들어하는 상황에서도 김민재는 투혼을 펼치며 팀 수비진을 이끌었다. 현재 뮌헨은 12승2무1패(승점 38)을 기록하고 리그 2위에 위치했다. 선두 레버쿠젠(13승3무·승점 42)을 쫓고 있다. 김민재가 큰 힘이 됐다. 김민재는 '별들의 무대' 유럽챔피언스리그에서도 5경기를 뛰며 좋은 활약을 펼쳤다. 뮌헨도 조별리그 A조 1위를 차지해 대회 16강에 올랐다.
또 김민재는 2023년 한 해 동안 세계 최고의 활약을 펼친 선수에게 주어지는 발롱도르에서 22위를 기록했다. 이는 전 세계 수비수 중 가장 높은 순위였다. 맨시티에서 뛰고 있는 요슈코 그바르디올이 25위, 디아스가 30위였다. 그바르디올과 디아스는 세계 최고 센터백 중 하나로 꼽힌다. 먼저 그바르디올은 2021년부터 2023년까지 2시즌 동안 이전 소속팀 RB라이프치히(독일)에서 활약하며 월드클래스로 올라섰다. 카타르 월드컵에도 출전해 조국 크로아티아의 4강 진출을 이끌었다. 지난 여름에는 이적료 7760만 파운드(약 1300억 원)를 기록하고 맨시티로 이적했다. 포르투갈 수비수 디아스는 지난 시즌 맨시티 구단 역사상 첫 유럽 트레블을 이끌었다. 하지만 김민재가 더 높은 평가를 받았다.
김민재(오른쪽)의 발롱도르 후보 등극 소식을 전한 바이에른 뮌헨. /사진=바이에른 뮌헨 SNS
김민재는 유럽선수들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피지컬이 작은 아시아선수인데도 발롱도르에 이름을 올렸다. 더 높은 점수를 받을 자격이 있다. 실제로 아시아 수비수가 발롱도르 후보에 들어간 건 올해 김민재가 최초다. 그동안 김민재는 투지 넘치는 몸싸움, 빠른 판단력, 정확한 태클 등을 앞세워 철벽수비를 펼쳤다. '빗장수비'를 탄생시킨 수비 본고장 이탈리아에서도 김민재의 수비능력은 독보적이었다.
김민재의 발롱도르 22위는 역대 아시아 선수 공동 2위에 해당한다. 손흥민이 지난해 아시아 선수 역대 최고인 11위를 차지했고, 2019년에는 22위에 오른 바 있다.
김민재. /사진=김민재 S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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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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