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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건설에 부는 '원팀' 바람, 정지윤 이적 고민까지 날렸다..."어디가 아닌, 누구와 뛰는지가 더 중요했다"…

조아라유 0

 



많은 팀이 정지윤을 원했다. 정지윤은 다시 한번 현대건설을 외쳤다.

여자 프로배구 현대건설 아웃사이드 히터 정지윤(180cm)은 2018년 한국배구연맹(KOVO) 여자부 신인 드래프트 전체 4순위로 팀에 입단했다. 데뷔 초 미들블로커와 날개 공격수를 오가는 멀티 자원으로 주목받은 그는 코트에 오를 때마다 자리를 가리지 않고 준수한 활약을 펼쳤지만, 좀처럼 자신에게 딱 맞는 옷을 찾지 못했다. 하지만 시즌 중반 들어 미들블로커로서 입지를 굳히며 주전으로 우뚝 섰고, 2018-19시즌 29경기 92세트에 출전해 210득점을 남기며 생애 한 번뿐인 신인왕의 영광까지 안았다.

그러다 2021년 강성형 감독이 팀에 새로 부임하면서 정지윤은 선수 생활 전환점을 맞았다. 정지윤의 공격 재능을 높이 평가한 강성형 감독이 그를 아웃사이드 히터로 전향시킨 것. 그렇게 정지윤은 강성형 감독의 신임 아래 조금씩 왼쪽 날개로서 잠재력을 꽃피웠다. 부족한 리시브 능력을 화력으로 메꾸며 금세 리그에서 이름을 날리기 시작했다. 지난 2023-24시즌에는 시즌 초반 발목 부상 여파에도 불구, 31경기 115세트에 출장해 254득점을 올리며 팀이 13년 만에 통합우승을 차지하는 데 크게 힘을 보탰다.

시즌 종료 후 정지윤은 첫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었다. 복수 구단이 그의 마음을 얻고자 거액을 제시했다. 하지만 정지윤의 선택은 '재동행'이었다. 3년 연봉 총액 16억5천만원에 현대건설과 재계약했다. 그렇지만 그 역시도 이적을 전혀 생각하지 않은 건 아니었다고.

지난 10일 전남 무안 전지훈련에서 만난 정지윤은 "첫 FA기도 했고, 다른 팀들은 나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하는 궁금증도 있었다. 그래서 열린 마음으로 다른 팀들을 만나보려 했다"고 밝혔다. 이어 "한곳에서만 배구를 하면 우물 안 개구리가 될 수 있다는 마음가짐을 갖고 있다. 그래서 다양한 경험을 하는 게 앞으로 선수 생활에 있어서 좋지 않을까 생각했었다"고 덧붙였다.

많은 고민 끝에 정지윤은 현대건설에 남았다. 오랜 시간 함께 동고동락한 동료들의 존재가 컸다. 그는 "어디서 (배구를) 하는지도 중요하다. 하지만 누구와 하는지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면서 "팀 동료들과 마음이 잘 맞고 얘기도 잘 통한다. 배구를 하면서 선수들에게 정말 좋은 영향을 많이 받고 있고, 또 많이 배운다고 생각해 현대건설에 남게 됐다"고 애정을 드러냈다.

재계약 사인 후 정지윤은 소속팀 동료 김다인, 이다현과 함께 대표팀에 승선해 2024 국제배구연맹(FIVB)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에서 활약했다. 1주차 태국전에서는 3-1로 승리하며 2년 넘게 이어진 이 대회 30연패를 끊어냈고, 3주차에는 프랑스를 3-2로 잡아내며 염원하던 1승을 넘어 2승째를 신고했다.

정지윤은 대회 예선 라운드 동안 팀 내 최다인 총 129점을 터뜨리며 베스트 스코어러 부문 19위에 자리했고, 김다인은 254개 세트 성공으로 베스트 세터 부문 3위를 차지했다. 이다현 또한 날카로운 속공 능력을 선보이며 '모랄레스호' 핵심 멤버로 떠올랐다.

"참담했다. 자신감도 많이 떨어졌었고, 나라를 대표해 나간 대회인 만큼 죄책감도 컸다"고 연패 늪에 빠졌던 시기를 돌아본 정지윤은 "순간적으로 되게 벅차올랐고, 이제 얼굴 들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어깨의 짐이 조금 덜어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며 간절히 바라던 '1승'을 거둔 순간을 회상했다.

팀 내 득점 1위를 기록한 소감에 대해서는 "솔직히 말하자면 대회를 치르는 동안에는 기록적인 부분을 별로 생각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이번 VNL의 목표는 무조건 승리였기 때문"이라며 "득점을 많이 하면 물론 좋지만, 내가 리시브를 좀 더 잘해줬으면 팀이 더 쉽게 경기를 풀어나갈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도 있다. (팀 내 최다 득점을 올렸다는 사실에) 만족보다는 더 잘해야겠다는 책임감이 생기는 것 같다"고 전했다.

페르난도 모랄레스 대표팀 감독 부임 이후 생긴 변화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정지윤은 "원래 해오던 대표팀 스타일과 완전 바뀌었다. 스피드 배구를 하고 있는데, 처음에는 '이게 될까?'라는 의구심도 있었다. 태국이나 일본은 (스피드 배구를) 하는 걸 많이 봤지만, 우리는 처음 해보는 건데 잘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많았다. 그런데 (VNL에) 갔다와서는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에는 서양 선수들과 경기를 하면 벽을 대고 하는 느낌이었는데, 이제는 '이걸로 계속 밀고 나가면 되겠다'라는 희망이 생긴 것 같다"고 힘주어 말했다.

정지윤은 대표팀 일정을 마친 뒤 다시 현대건설로 복귀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이제 그의 시선은 오는 2024-25시즌을 향한다. 그는 "지난 시즌 처음 풀로 주전을 뛰었다. 그래서 동료들과 언니들에게 의지하는 게 컸다. 이제는 그 부분을 좀 덜고 내가 도와줄 수 있는 역할이 되고 싶다. 그게 이번 시즌 목표"라고 밝혔다.

올해 현대건설은 지난 시즌과 큰 차이 없는 전력으로 새 시즌을 맞는다. '내부 보강'이 우승을 향한 중요한 키가 될 전망이다. 비시즌인 현재 강성형 감독은 정지윤, 김다인, 이다현 등 대표팀 멤버들을 중심으로 팀에 스피드 배구 DNA를 주입하고 있다.

정지윤은 "다른 팀들은 멤버가 많이 바뀌었지만 우리는 그대로기 때문에 유리할 수도, 불리한 시작을 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우리도 바뀌고 있는 부분이 있다. 대표팀에서 하는 스피드 배구를 똑같이 하려고 한다. 잘 적용해서 쓰면 우리팀의 배구가 조금 색달라지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든다"고 이야기했다.

대표팀에 인 변화의 물결이 이제는 현대건설을 향해 파도친다. 그 중심에 정지윤이 있다.

사진_무안/송현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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