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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님이 내 나이를 잊어버린 것 같다” ‘배구 여제’의 우스갯 소리, 피로보다 1위를 향한 아드레날린이 더 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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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국생명 김연경이 5일 화성종합체육관에서 열린 IBK기업은행과의 경기를 마친 후 윌로우와 함께 인터뷰하고 있다. 화성 | 김하진 기자

 



‘배구여제’ 김연경(36·흥국생명)은 지난해 은퇴 대신 현역 연장을 결심했을 때 가장 큰 소망으로 팀의 우승을 꼽았다.

흥국생명은 지난 2022~2023시즌 정규리그 1위를 차지했지만 챔피언결정전에서 패하면서 준우승에 그쳤다.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은 김연경은 은퇴 계획을 접고 1년 더 흥국생명에서 뛰기로 하면서 우승에 대한 의지를 다졌다.

김연경의 잔류로 흥국생명은 개막 때부터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혔고 시즌 막판까지 선두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흥국생명은 지난 5일 화성종합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3~2024 V리그 여자부 IBK기업은행과의 원정 경기에서 세트 스코어 3-1(25-20 29-31 25-19 25-17)로 승리하며 1위를 탈환했다.

승점 3을 보태며 26승7패 승점73을 기록한 흥국생명은 현대건설(24승8패 승점73)을 밀어내고 2위에서 1위로 올라섰다. 승점은 같지만 승리 경기 수에서 흥국생명이 앞서면서 순위가 바뀌었다. 지난달 21일 이후 13일만이다.

이날도 ‘주포’ 김연경의 활약이 돋보였다. 김연경은 양팀 최다인 36점을 올렸다. 블로킹 3개, 서브에이스 2개로 활약하면서 범실은 단 4개에 그치는 완벽한 플레이를 선보였다.



흥국생명 김연경이 5일 IBK기업은행전에서 공격에 성공한 뒤 기뻐하고 있다. KOVO 제공

 



이렇게 잘하다보니 흥국생명으로서는 김연경에게 의지할 수밖에 없다. 김연경은 흥국생명이 이번 시즌 치른 33경기에 모두 출전했다. 소화한 세트 수는 130세트로 지난해 129세트를 넘기면서 자신의 한 시즌 최다 세트 소화 수 기록을 경신했다.

김연경이 활약해주는 건 좋지만 선수의 체력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건 사실이다. 마르첼로 아본단자 흥국생명 감독도 잘 안다. 아본단자 감독은 “체력관리를 어떻게 해 줄 방법이 없다. 일부러 뛰게 하는 건 아니고 쉬게 해주고 싶은데 불행하게도 다른 선수들이 부족하다보니까 못 쉬어주게 되는 것 같다”라며 아쉬워했다.

김연경은 1988년생으로 30대 후반이다. 팀 내에서도 고참급에 속한다.

이날 경기를 마치고 기자회견장으로 들어온 김연경은 “피곤해보인다”라는 말에 “네”라고 답했다. 경기는 4세트에서 끝났지만 경기 시간은 거의 풀세트를 치른것만큼의 시간이 소요됐다. 4세트 21-17로 앞서 있는 상황에서는 22차례나 공을 주고 받는 기나긴 랠리가 이어졌다. 경기 내용이 만만치 않았기에 피로감이 더했다.

김연경은 “감독님이 내 나이를 모르는 것 같다. 그래서 계속 상기시켜드리고 있다”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그러면서 “우리 나이로 서른 일곱살이다. 적지 않은 나이”라면서 “그래서 조금 더 관리에 신경쓰려고 한다. 잠도 잘 자고 먹는 것도 그렇고 웨이트 트레이닝 등의 보강도 열심히 하려고 하고 있다. 좋은 트레이너 선생님들이 도와주셔서 계속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다”고 했다.

잠시 ‘엄살’을 피웠지만 김연경은 아직 견딜만하다. 지난해 이맘때를 떠올린 김연경은 “생각이 잘 안 나기는 하지만 매 시즌 힘들었던 것 같다. 마지막 쯤에는 항상 힘들었다고 생각하는데 지금 정도면 괜찮은 것 같다”고 했다.

앞으로의 일정이 더 중요하다. 흥국생명은 정규시즌 종료까지 3경기, 현대건설은 4경기를 남겨뒀다. 시즌 끝까지 방심할 수 없다.

흥국생명은 8일에는 광주로 옮겨가 페퍼저축은행과 원정 경기를 치른다. 12일에는 현대건설과 1위 자리를 놓고 외나무 다리에 선다. 그리고 15일 GS칼텍스와의 정규리그 마지막 경기를 치른다. 김연경은 “경기가 3경기 남아있고 플레이오프에 올라가면 이틀에 한 번씩 경기가 있기 때문에 지금보다도 앞으로 더 어려운 경기들이 많다”고 했다.

이런 상황에서도 김연경을 버틸 수 있게 하는 건 승리에 대한 기쁨에서 나오는 아드레날린이다.

김연경은 “워낙 많은 경기를 했다. 어려운 경기, 힘든 경기, 긴박한 경기 등 많은 상황을 겪었기 때문에 이제는 즐기는 것 같다”라며 “오히려 여유롭고 힘들지 않은 상황보다는 긴박하고 압박감이 있는 걸 더 즐기는 것 같다. 그래야 좋은 경기력이 나오는 것 같다. 앞으로 이런 좋은 경기력으로 1등으로 마무리하고 싶다”고 바람을 표했다.

바람을 이루기 위해서는 12일 현대건설전이 중요하다. 이날 경기는 현대건설의 홈인 수원체육관에서 열린다. 김연경은 이기고 싶은 의지가 강하다. 올스타전 팬 투표 1위를 자랑하는 김연경은 흥국생명 팬들이 많이 찾아와 수원체육관을 핑크빛으로 물들이기를 바란다.

김연경은 “저희 팬분들이 많이 와주실거라고 생각한다. 많은 분들이 재미있게 볼 수 있을 것 같다”라며 팬들의 수원행을 바랐다.

절친한 사이인 현대건설 양효진과도 여전히 연락은 이어가고 있지만 보이지 않는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김연경은 “순위 이야기는 예민해서 잘 안 한다. 서로 그냥 ‘열심히 해라’라던지 ‘너네가 할 것 같다’라고 말하곤 한다. 그런데 속으로는 끓고 있을 것이다. ‘우리가 하겠다’”라며 마음을 다졌다.



기사제공 스포츠경향

김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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