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김건일 기자] 성행위 영상 불법 촬영 혐의 등으로 수사를 받고 있는 황의조(31)가 잉글랜드를 떠나 튀르키예 쉬페르리그로 둥지를 옮겼다.
튀르키예 프로축구 알란야스포르는 6일(한국시간) 홈페이지를 통해 황의조 임대 영입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황의조는 알란야스포츠에서 2023-24시즌을 마친 뒤 원 소속팀 노팅엄 포레스트로 돌아간다.
황의조는 "회장님을 시작으로 나에게 관심을 가져 준 모든 분들에게 감사드린다. 내가 온 첫 날부터 모든 사람이 나를 기분 좋게 만들어 줬다. 경기장에서든 훈련장에서든 어디서든 최선을 다하고 팀에 기여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하루빨리 팀에 합류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 자리에선 김민재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지난 2021-22시즌 중국 베이징궈안을 떠나 페네르바체에 입단한 김민재는 유럽 진출 첫해부터 페네르바체에서 튀르키예 리그를 대표하는 선수로 자리매김한 뒤 2022-23시즌 세리에A 나폴리를 거쳐 이번 시즌 바이에른 뮌헨에 입성했다. 2023 발롱도르 순위에서 중앙 수비수 중 가장 높은 22위에 선정되며 튀르키예 리그가 배출한 자랑으로 꼽힌다.
대표팀 동료였던 김민재로부터 튀르키예 리그에 대한 조언을 들었는가라는 질문에 황의조는 "최근은 아니지만 이전에 대화를 나눴다. (김민재는) 튀르키예 리그는 매우 어렵고 경쟁이 치열하고 좋은 리그라고 말했다"며 "이 리그에서 경쟁하게 되어 매우 기쁘다"고 했다.
황의조 입단식에 참석한 하산 차부쇼을루 알란야스포츠 회장은 "황의조가 우리 팀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며 "우리 스카우터가 황의조를 뒤쫓았다. 2년 전에 황의조 이적을 추진했지만 너무 많은 돈이 들었기 때문에 불가능했다. 행운을 빈다"고 기뻐했다.
황의조는 이번 계약으로 유럽 진출 이후 프랑스, 그리스, 영국에 이어 튀르키예 리그까지 밟게 됐다.
국가대표 공격수를 지냈던 황의조는 뛰어난 슈팅과 골 결정력으로 한국 축구 역사상 최고 스트라이커 중 한 명으로 꼽힌다. 프랑스 지로댕 보르도 시절 주전 공격수로 전성기를 구가했다. 2020-21시즌 12골, 2021-22시즌 11골을 기록하며 두 시즌 연속 두 자릿수 득점이 가능한 공격수로 자리잡았다. 황의조의 2년 연속 두 자릿수 득점에 프랑스 현지에서도 높은 평가를 내리기도 했다. 프랑스 축구 전문가 에릭 바리에르는 황의조 활약에 "마치 에딘손 카바니 같은 스트라이커다. 공격수지만 상당히 이타적이다. 많은 활동량을 보유하고 있다. 경기마다 유니폼이 흠뻑 젖을 만큼 헌신하는 선수"라고 칭찬했다.
이어 "황의조는 젊은 선수다. 개인적으로 유니폼이 땀에 흠뻑 젖을 만큼 뛰는 선수들을 좋아한다. 어설픈 실수를 보이기도 하지만, 천재적인 득점력을 보유하고 있는 선수다. 카바니처럼 헌신적"이라고 엄지를 치켜 세웠다. 바리에르가 언급한 카바니는 2013년 파리 생제르맹 이적 이후 2020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로 떠나기 전까지 프랑스 리그앙 200경기 138골 20도움으로 톱 클래스 공격 능력을 보인 바 있다.
황의조는 프랑스에서 더 오래 뛸 수도 있었다. 팀 성적이 일차적인 문제였다. 보르도가 2021-22시즌 리그앙에서 2부리그로 강등되면서 새로운 거처를 둘러보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프랑스 리그앙의 스타드 브레스투아가 영입을 희망했다. 황의조를 데려오기 위해 300만 유로(약 40억 원)의 이적료를 지불하겠다고 주장했다. 이를 비롯해 스트라스부르와 낭트 등도 황의조를 원하는 것으로 알려져 프랑스 잔류도 충분히 가능했다.
그럼에도 황의조는 프리미어리거의 꿈을 달성하기 위해 2022년 잉글랜드 챔피언십(2부리그)에서 승격한 노팅엄으로 이적을 택했다. 다만 기다림이 필요했다. 노팅엄의 구단주는 함께 운영하는 그리스 올림피아코스로 임대를 보냈다. 황의조는 첫 시즌 올림피아코스 임대를 받아들이는 대신 기량을 인정받아 2년차부터 노팅엄에서 뛰는 청사진을 그렸다.
그러나 생각만큼 그리스 무대가 쉽지 않았다. 황의조는 보르도에서 보여준 기량에 반도 보여주지 못했다. 올림피아코스에서 뛰는 반년 동안 제대로 된 출전 기회를 받지 못했다. 자연스럽게 공격 포인트를 생산하지 못했다. 컨디션은 크게 떨어졌고, 결국 팬들의 우려대로 무리한 이적으로 인해 월드컵에서 부진했다.
황의조는 다시 뛸 수 있는 곳을 찾아 도전을 멈추지 않았다. 다만 다만 유럽에 잔류할 수는 없었다. FIFA 규정상 한 시즌에 같은 대륙의 3개 팀에서 뛸 수 없었다. 시즌 개막 후 보르도에서 잠시 뛰고 올림피아코스에서도 경기에 나섰기에 유럽내 이적은 불가했다. 고심 끝에 K리그로 돌아왔다. FC서울과 6개월 단기 임대를 맺고 감각 회복에 초점을 맞췄다.
서울에서 폼을 되찾은 황의조는 지난해 여름 노팅엄에 복귀해 주전 경쟁을 펼쳤다. 프리시즌에서 비공식 데뷔 및 데뷔골까지 넣으면서 나쁘지 않은 모습을 보여줬다. 하지만 올 시즌 개막하고 프리미어리그 2경기, 영국 풋볼리그(EFL)컵 1경기서 벤치에 앉았다. 그러나 거듭 투입에 실패했고 프리미어리거 데뷔를 또 미룬 채 임대를 택했다.
여름 이적 시장 데드라인 전에 극적으로 노리치 유니폼을 입은 황의조는 "기대가 크다. 최대한 팀에 도움이 되고 싶다. 감독과 이야기를 나누며 좋은 느낌을 받았다. 높은 라인에서 압박을 많이 하고 공격수들과 연계 플레이를 통해 열심히 뛰는 모습을 보여주겠다"라고 다짐했다.
한 차례 더 임대를 통해 기량을 시험받고 프리미어리거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다행히 노치리에서는 출전 시간을 꽤 확보했다. 버밍엄 시티와 9라운드 홈 경기에서 도움을 올리며 적응을 시작했고 14라운드 선덜랜드전에서 데뷔골을 터트렸다. 이후 17라운드 퀸즈파크 레인저스(QPR), 왓포드에 연속골을 터트리며 존재감을 보였다.
노리치 드림이 예상되던 때 구설수가 생겼다. 지난해 6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황의조를 둘러싼 폭로 영상이 게재됐고, 황의조 측은 사생활 유출 피해를 호소했다.
황의조의 전 연인이라고 주장했던 A씨가 SNS를 통해 "황의조가 다수의 여성과 관계를 맺고 피해를 주고 가스라이팅을 했다"라며 황의조와 여성들이 찍힌 동영상, 사진을 공유했다.
영상과 사진은 인터넷상을 통해 일파만파 퍼졌다. 황의조 측은 사생활 유출 피해를 호소했다. 황의조는 자신의 휴대폰이 그리스에서 과거 도난 당했으며, 해당 영상은 전 연인들과 합의하에 촬영됐다고 주장하면서 A씨를 정보통신망법상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 협박 등의 혐의로 고소했다. 이 과정에서 영상 유출 피해자 B씨에게도 함께 A씨를 고소할 것을 요청한 것으로 드러났다. 고소했다. 그리고 A씨는 황의조의 형수로 알려져 큰 충격을 줬다. A씨는 영상을 유포할 당시 황의조에게 "(영상이)풀리면 재밌을 것", "기대하라"며 촬영물 유포 협박이 담긴 메시지를 보냈다. 더불어 A씨는 피해 여성들에게도 외국인인 척 가장, 불법 영상 캡처 사진과 함께 협박 메시지를 보낸 추가 혐의가 드러났다.
경찰은 SNS상에 유포된 영상을 분석하고 추적하는 과정에서 황의조를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했다. 불법 촬영 정황이 있다고 판단해 황의조에게 관련 사안을 묻기로 했다. 11월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예선 스쿼드에 뽑혔던 황의조는 지난 17일 직접 경찰에 출석해 피의자 신분으로 경찰 조사를 받았다.
황의조의 법률대리를 맡은 법무법인 대환은 "관련 영상은 2022년 11월 그리스에서 분실된 황의조 개인 휴대전화에 담겼던 것이다. 과거 황의조와 교체했던 여성의 모습이 담겼으나 분명한 건 연인 사이의 합의된 영상"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황의조는 현재 영상을 소지하지도, 유출한 사실도 없다. 영상뿐만 아니라 지인들과 나눴던 사적인 대화까지 협박에 이용되고 있다. 매우 악의적으로 황의조 죽이기가 진행되고 있다. 이번 시건은 황의조가 영상 유출 피해자로 시작된 것이다. 지금도 이 사실은 변함이 없다. 향후 수사기관의 수사에 성실히 협조할 것을 다짐한다. 이번 사건으로 피해를 입은 과거 연인에 대해서도 황의조는 깊은 유감과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라고 밝혔다.
황의조 입장에 피해자 여성 측이 반박했다. 피해자 측 법률대리인 이은의 변호사(이은의 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는 "영상 촬영에 동의한 적이 없었다. 싫다는 의사를 밝혔고 촬영 직후 삭제를 요청했다. 피해자의 거부 의사 표현과 삭제 요구가 계속 있었지만, 이를 무시했고 불법 촬영이 반복됐다. 이번 사건으로 수사를 받으면서 촬영 자체를 몰랐던 경우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황의조가 6월 말 피해자에게 연락을 했다. 유포자를 빨리 잡으려면 '유포자를 고소해달라'는 것이었다. 피해자는 당황스러웠지만 유포자를 잡지 못하면, 추가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 피해자는 깊은 고심 끝에 경찰에 유포자의 불법 유포, 황의조의 불법 촬영을 정식으로 고소했다"라고 주장했다.
황의조는 이 조사를 위해 최근까지 한국에 머물렀다. 경찰청은 지난 16일 황의조에게 출국 금지를 조치했다. 경찰은 잉글랜드 무대에서 활동하는 황의조가 여러 차례 출석 요구에 불응한 것과 관련해 수사가 마무리될 때까지 출국을 막겠다는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황의조 측은 17일 "과잉 수사로 소속팀에서 무단으로 이탈하게 됐다"며 수사관에 대한 기피 신청서를 제출했다.
결국 황의조의 출국 금지는 지난달 28일로 만료됐고, 경찰청도 조치를 연장하지 않기로 했다. 황의조는 이튿 날 바로 영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부상 회복 후 노팅엄 주전 경쟁에 뛰어들어 출전 기회를 잡는 것이었다.
그러나 프랑스 이적설에 이어 튀르키예의 관심을 받았고 이제 알라냐스포르로 향하게 됐다. 튀르키예 무대 경쟁력이 떨어지는 건 아니지만 프리미어리거 꿈을 접어야 하는 상황에 황의조의 커리어가 꼬인 건 분명하다.
대한축구협회(KFA)는 지난해 11월 28일 오후 윤리위원회, 공정위원회,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회 위원 등으로 논의기구를 구성해 '성관계 불법 촬영 혐의'를 받는 황의조 사태와 관련해 논의하고, 경찰 수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황의조를 국가대표팀에 선발하지 않기로 했다. 대한축구협회 국가대표축구단 운영규정 제6조(성실의무 및 품위유지)에 따르면 '각급 대표팀원은 국가를 대표하는 신분으로서 스스로의 품위를 떨어뜨리는 행위를 삼가며, 사회적 책임감과 도덕성을 유지해야 한다'고 명시한다. 황의조의 현 논란을 두고 결격 사유로 바라보는 시선도 외면할 수 없다. 타 종목에서도 품위 유지 위반이 종종 징계의 근거로 활용됐다.
알라냐스포르는 이번 시즌 튀르키예 리그에서 6승 9무 9패 승점 27점으로 20개 팀 중 14위에 위치한 중소 클럽이다.
기사제공 스포티비뉴스
김건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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