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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한국에선 별로 안 유명해”···라우어를 살리려던 한 마디, 2024년 KIA 외인투수로 산다는 것[스경x비하인드]

조아라유 0

KIA 에릭 라우어가 5일 한화전 승리 뒤 수훈선수로 뽑혀 관중에게 인사한 뒤 호걸이와 기념촬영 하고 있다. KIA 타이거즈 제공

 



에릭 라우어(29·KIA)는 최근 KIA의 가장 큰 고민이었다. 양현종과 선발 원투펀치로 대활약 하던 제임스 네일이 불의의 부상으로 정규시즌을 마감하고 포스트시즌엔 복귀하기 위해 애쓰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더 큰 고민은 라우어였다. 돌아오리라 믿고 있는 네일이 때를 맞추지 못할 경우에는 라우어가 양현종과 가을야구를 책임져야 하는데 좀처럼 일어설 기미를 보이지 못했기 때문이다.

라우어는 메이저리그 드래프트 2016년 1라운드 지명 출신으로 빅리그에서 선발 등판 112경기를 포함해 120경기에서 통산 36승을 기록한 화려한 경력의 투수다. 윌 크로우의 부상에 대체선수로 왔던 캠 알드레드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자 아예 교체 선수로 KIA가 영입하고 등록한 투수이기도 하다. 큰 기대를 모았으나 KIA에 온 뒤 4경기에서 18.1이닝을 던져 1승2패 평균자책 6.87에 머물렀다.

이범호 KIA 감독은 그 구위에 대해서는 꾸준히 좋게 평가하고 있다. 이범호 감독은 “포스트시즌에서는 한 경기만 긁어도 되는데 라우어의 구위는 그 정도는 된다”고 이야기 했다. 그러나 기대치를 어느 정도는 맞춰주는 경기를 서둘러 보여줄 필요가 있다는 우려는 하고 있었다.



KIA 에릭 라우어가 5일 한화전에서 힘껏 투구하고 있다. KIA 타이거즈 제공

 



라우어가 5번째 선발 등판한 지난 5일 광주 한화전은 KIA의 가을 운명 역시 가늠할 경기였다. KIA 구단은 휴식일이었던 3일 전력분석회의를 거쳤고 4일에는 라우어와도 미팅을 가져 전략을 논의했다. 그동안 리그 적응을 위해 포수가 내는 사인을 보고 던졌던 라우어는 이날 스스로 볼 배합을 하고 포수에게 사인을 내며 원하는, 자신있는 공을 던지기로 했다. “머리를 비우고 던져보고 싶다”고 했다.

피치컴을 착용하고 포수 김태군과 호흡을 맞추면서 자신이 원하는대로 던진 라우어는 이날 6.1이닝 5피안타 1볼넷 4탈삼진 3실점을 기록했다. 3-1로 앞서던 7회초 1사후 내야 안타와 볼넷을 내줘 1·2루에 주자를 두고 교체됐다. 이어 등판한 곽도규가 적시타 2개로 동점을 허용해 승리투수가 되지 못했지만 경기 뒤 라우어의 표정은 밝았다. 팀이 이겼고 자신도 비로소 만족할만한 투구를 했기 때문이다.

라우어는 이날 92개를 던졌다. 최고 시속 151㎞의 직구와 함께 컷패스트볼과 슬라이더를 앞세워 커브를 간혹 섞었다. 좌타자 상대로는 피안타율이 0.192로 좋지만 오른손 타자에게는 0.380으로 많이 맞았던 점을 노리고 이날 한화가 2명을 제외한 모두를 우타자로 라인업을 채웠지만 라우어는 매우 효과적인 투구를 했다. 첫 타순을 돌 때는 포심과 커터 위주로 던진 뒤 한 바퀴를 돌아 두번째 타석을 상대할 때는 슬라이더와 커브를 섞어 던졌다.



KIA 에릭 라우어가 5일 한화전 승리 뒤 이범호 KIA 감독과 하이파이브 하고 있다. KIA 타이거즈 제공

 



라우어는 “내가 가진 계획이나 갖고 있는 구종을 잘 활용할 수 있어 좋았다. 우타자 상대로 계획한 것들이 오늘 잘 통했다”며 “이렇게 호투한 것이 앞으로 도움이 될 것 같다. 오늘 경기를 통해서야 내 피칭이 무엇이고 내가 어떤 투수였는지를 보여준 것 같다”고 했다.

KIA는 올해 내내 선두를 달리며 우승을 바라보고 있다. KBO리그에서 가장 인기 많고 팬층이 두터운 구단 중 하나로 꼽히는데 리그 전체 흥행 시즌인 올해는 성적까지 좋다보니 그 관심과 열기가 하늘을 찌른다. 온라인에서 화제가 된 응원단의 ‘삐끼삐끼’ 춤을 발견하고 ‘뉴욕타임즈’에서 KIA 구단에 취재를 해올 정도다. 시즌 전부터 외국인 투수가 성패를 쥐고 있다고 했던 KIA가 3명째 교체영입할 정도로 공을 들인 투수이다보니 본인이 느끼는 부담은 상당하다.



KIA 에릭 라우어가 5일 광주 한화전에서 마운드에 올라온 포수 김태군과 이야기하고 있다. KIA 타이거즈 제공

 



포수 김태군은 이날 경기 뒤 라우어가 그동안 많은 부담감을 느꼈다고 전했다. 김태군은 “미국에서는 헛스윙이 나오던, 위닝샷으로 던지는 구종이 한국에서는 자꾸 커트가 되니까 당황하는 모습이었다. 자기 스타일대로 해야 되는데 생각이 너무 많았다. 굉장히 인성이 좋은 선수다. 자기가 메이저리그 출신이라는 느낌으로 행동하는 일이 없다. 오히려 빅리그 경력 때문에 기대를 많이 받는 걸 알고 있는데 잘 안 되니까 그걸 힘들어 하는 것 같았다. 그래서 장난으로 ‘너 한국에서는 네임밸류 없어. 여긴 미국이 아니라 널 잘 모르니까 부담 가질 필요 없다’고 얘기한 적도 있다”고 소개했다.

김태군은 “그래서 오늘은 ‘심플 작전’으로 경기했다. 안타를 맞든 안 맞든 모든 구종을 그냥 홈플레이트 위(스트라이크존)에만 던지기로 약속하고 했다”며 “이제는 타자들이 어떤 반응을 하는지 라우어가 확실히 적응한 것 같다. 오늘처럼만 던지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라우어는 이낱 투구로 비로소 확실한 자신감을 되찾았다. 라우어는 ‘감 잡았다고 표현해도 괜찮겠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렇다. 자신감이 훨씬 생겼다. 안타를 몇 개 맞았는지 상관 없이 확신이 생겼다. 내 모습으로 다시 돌아왔다고 느낀다”고 활짝 웃었다.

광주 | 김은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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