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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어슬렁 수비' 타격만 특급이면 뭐하나, 10억값 못하네…"공격적으로 스타트 끊었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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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산 베어스 외국인 타자 헨리 라모스 ⓒ곽혜미 기자
 
▲ 두산 베어스 외국인 타자 헨리 라모스 ⓒ 두산 베어스

 



[스포티비뉴스=고척, 김민경 기자] "타구는 봤는데, 공격적으로 스타트를 끊었어야 했다."

스스로 문제를 잘 알고 있었다. 두산 베어스 외국인 타자 헨리 라모스(32)는 13일 고척 키움 히어로즈전에서 2차례나 수비 실책을 저지르며 경기를 망칠 뻔했다. 특히 4-3으로 앞선 8회말에 나온 어처구니없는 수비 실책은 다 잡은 경기를 놓치게 할 수도 있었다. 4-4로 맞선 9회초 라모스가 결승 투런포를 터트려 6-4로 이겼기에 앞선 실책들이 조금 덮이긴 했지만, 라모스는 팀을 생각한다면 분명 반성해야 하는 경기였다.

첫 실책은 5회말에 나왔다. 두산 선발투수 라울 알칸타라가 2-1로 앞선 5회말 1사 2루 위기에서 이주형에게 우전 적시타를 맞았다. 타구는 우익수 라모스 앞에 떨어졌고, 이 타구를 제대로 잡기만 했다면 2루주자 김태진이 홈까지 쇄도할 때 보살을 시도해 볼 수도 있었다. 그런데 이때 라모스는 타구를 뒤로 빠뜨렸다. 그사이 김태진은 여유 있게 득점해 2-2 균형을 맞췄고 타자주자 이주형은 2루까지 갔다. 라모스는 실책 뒤에는 평소와 마찬가지로 어슬렁 뛰며 전력으로 흘린 타구를 쫓지 않아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이후 알칸타라가 후속타를 허용하지 않으면서 역전은 막았다.

치명적인 실책은 8회말에 나왔다. 3번째 투수로 등판한 좌완 이병헌은 호투를 펼치고 있었다. 선두타자 김혜성을 좌익수 뜬공으로 잘 잡고, 다음 타자 송성문도 우익수 뜬공을 유도하면서 순항하는 듯했다. 그런데 이때 우익수 라모스가 송성문의 너무도 평범한 뜬공을 떨어뜨리면서 재앙이 시작됐다. 2루수 전민재도 같이 타구를 쫓기 했지만, 라모스가 당연히 잡아야 하는 자리였다. 라모스가 콜플레이를 적극적으로 하지 않으면서 너무도 허무하게 공을 흘렸다. 그사이 송성문은 2루까지 갔고, 송성문이 3루까지 내달릴 때는 라모스가 3루 쪽으로 악송구까지 저지르면서 1사 3루로 바뀌었다. 2사 주자 없는 상황으로 무난히 넘어갔어야 할 이닝이 위기로 바뀐 순간이었다.

키움 벤치가 먼저 대타 이원석을 내면서 변화를 주자 두산은 이병헌을 내리고 우완 홍건희를 올렸다. 홍건희는 이원석을 볼넷으로 내보냈고, 다음 타자 이용규에게 우전 적시타를 허용해 3-3이 됐다. 알칸타라의 승리가 날아간 순간이었다. 홍건희는 계속된 1사 1, 2루 위기에서 김건희를 투수 병살타로 처리하면서 경기가 뒤집히는 것은 막았다.

라모스는 이 장면에서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다. 그는 '타구를 놓쳤나'라는 질문에 "타구는 봤는데 공격적으로 스타트를 끊었어야 했다. 그런데 공격적이지 못했던 것 같다"고 반성했다.

9회초 라모스는 앞선 2차례 실책을 만회하는 속죄의 홈런을 터트렸다. 1사 후 조수행이 유격수 왼쪽 내야안타로 출루한 가운데 라모스가 상대 투수 주승우에게 중월 투런포를 뺏으면서 6-4 승리에 쐐기를 박았다. 비거리 130m에 이르는 대형 홈런이자 라모스의 올 시즌 첫 원정 홈런이었다. 시즌 8호포.

라모스는 "당연히 결승 홈런을 쳐서 기분 좋지만, 그 전에 내가 수비를 하면서 실책을 해서 동점이 된 이후에 친 홈런이라 더 의미가 있는 것 같다. (실책 이후) 부정적인 생각보다는 긍정적인 생각으로 타석에 들어섰다. 내가 저지른 일에 대해서는 내가 해결을 하려고 했던 생각이 컸던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 결승 투런포를 친 두산 베어스 헨리 라모스 ⓒ 두산 베어스
 
▲ 결승 투런포를 친 두산 베어스 헨리 라모스 ⓒ 두산 베어스

 



결과는 해피엔딩이었으나 라모스는 반드시 고질병과 같은 어슬렁 수비를 고칠 필요가 있다. 두산은 2016년 닉 에반스부터 지난해 호세 로하스까지 외국인 타자를 거의 지명타자로만 활용해 왔는데, 올해는 공격과 수비가 모두 가능한 외국인 타자를 우선순위로 두면서 라모스와 계약했다. 라모스의 계약 총액은 70만 달러(약 10억원)다. 절대 적지 않은 돈을 써서 데려왔는데, 계속 이런 식의 수비는 곤란하다.

기록된 실책은 4개지만, 기록되지 않은 실책이 잦다. 외야수로 58경기에서 실책 4개면 적은 기록도 아니다. 라모스가 실책을 저지르는 패턴을 보면 보통 쉬운 타구일 때 실수가 잦다. 오히려 어려운 타구는 호수비를 펼치곤 한다. 그래서 두산 내부적으로는 수비 능력치 자체의 문제보다는 선수의 집중력, 즉 마음가짐의 문제로 바라보고 있다.

이승엽 두산 감독은 경기 뒤 "라모스가 동점 상황에서 결정적인 홈런을 때리며 팀을 구했다"고 칭찬하면서도 "다만 수비에서는 조금 더 집중력을 보여주길 당부하고 싶다"고 짚었다. 승리 인터뷰에서 이 감독이 당부의 말을 남긴 건 처음이다. 그만큼 치명적인 실책이었고, 반복된 문제였기에 감독이 지적한 것이다.

최근 타격 성적은 손색없다. 5월 이후 타격 성적은 라모스가 두산 타선을 이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5월 이후 37경기에서 타율 0.361(144타수 52안타), 6홈런, 23타점, OPS 0.998로 맹활약했다. 4월까지 타율 0.244(82타수 20안타)에 머물렀던 선수가 맞나 싶을 정도다.

라모스는 최근 타격 상승세와 관련해 "올 시즌 초반에는 상대 투수들도 모르고, 상대팀이 나한테 어떤 볼배합으로 접근하는지 몰라서 어려움이 있었다. 이제 경기를 뛰다 보니까 상대팀이 나한테 어떻게 던질지 예상할 수 있어서 타석에서 좋은 결과가 나오는 것 같다. 시간이 지날수록 타석에서 더 편하게 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이어 "솔직히 말하면 지난해 (미국 마이너리그 트리플A에서 뛸 때) 타석에서 느낀 편한 느낌을 올해는 받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결과도 나오고 있고, 팀도 승리를 많이 하고 있어서 그런 생각은 안 하려 한다. 솔직히 말하면 다른 선수들한테 물어봐도 똑같겠으나 이동도 많고, 경기 수도 많아지면서 몸이 점점 지쳐가고 있기 때문에 지금이 베스트라고 말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그렇게 말할 타자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매일 열심히 준비하면서 좋은 결과를 내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라모스의 현재 타격 성적이면 특급 외국인 타자라 평가할 만한데, 한번씩 나오는 수준 이하의 수비에 자꾸 평가가 깎이고 있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면 두산으로선 70만 달러가 아깝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팀의 순위권 싸움이 갈수록 치열해지는 만큼 타석에서처럼 수비에서도 조금 더 적극적인 플레이가 필요한 시점이다.


 

▲ 두산 베어스 헨리 라모스 ⓒ곽혜미 기자
 
김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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