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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인 신분이던 노상원 전 사령관은 지난해 11월 중순 “계엄 같은 상황이 있을 수도 있다”라면서 김봉규 대령에게 A4 10쪽 분량의 ‘계엄시 업무 지시사항 문건’을 건넸다. 김 대령에 따르면, 문건 원본은 같은 해 11월 말 파쇄됐다. 김 대령은 “노 전 사령관이 자료를 주면서 숙지한 후 없애라고 했다”라고 지난해 12월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본부장 박세현)에 진술했다. 〈시사IN〉이 입수한 A4 3쪽 분량의 메모는 검찰 조사 과정에서 김 대령이 ‘계엄시 업무 지시사항 문건’을 복기한 내용으로, 김 대령의 메모가 공개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노상원 전 사령관이 건넨 10여 쪽짜리 ‘계엄시 업무 지시사항 문건’의 대부분은 ‘부정선거 관련 사항’이었다. 문건에는 ‘선관위 또는 여론조사 기관을 통한 조작 사례나 의심되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1월 중순 김봉규 대령에게 해당 문건을 주며 “언론에 평상시에 나지 않는 특별한 보도가 날 거다. 그렇게 언론 보도가 나면 부정선거 관련해서 확인해봐야 한다. 선관위에 가서 부정선거 관련 자료를 찾기 위해 사람들을 잡아와야 한다. (···) 계엄 같은 상황이 있을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지난해 11월17일 같은 문건을 김봉규 대령에게 전해받은 정성욱 정보사 대령도 “앞 7장 정도는 부정선거 관련 내용들이 기재돼 있고, 뒷부분에는 ‘부정선거 선관위 직원 명단’과 저와 김봉규가 해야 할 일이 기재돼 있었다. 문서에 ‘계엄이 선포되면’이라고 계엄 선포 계획이 명시적으로 기재돼 있기도 했다”라고 검찰에 진술했다.
문건에 담긴 노상원 전 사령관의 지시는 크게 ‘정성욱 대령조(체포조)’와 ‘김봉규 대령조(신문조)’의 임무로 나뉘었다. 12·3 비상계엄 선포 직후 제2수사단 수사3부장직을 맡은, ‘정성욱 대령조’가 선관위 직원 30명을 체포해서 데려오면, 수사2부장직을 맡은 ‘김봉규 대령조’가 부정선거 관련 내용을 물어보고, 수도방위사령부 문서고로 호송한다는 계획이었다. 김봉규 대령 메모에는 “정 대령 조의 업무. 계엄 다음 날 아침 6시30분까지 중앙선관위에 가서 본인(노상원 전 사령관) 측에서 확보한 선관위 직원 현황을 활용하여, 출근하는 직원 중에 해당 문서 내에 명기되어 있던 중앙선관위 직원 30명을 확인하여 준비된 회의실로 보내는 것”이라고 적혀 있다.
정성욱 대령은 ‘애들(중앙선관위 직원들) 잡을 때 말 안 들으면 위협을 해라, 케이블 타이, 니퍼, 망치, 복면 또는 두건, 야구방망이, 테이프를 준비하라’는 노상원 전 사령관의 지시에 따라 각 장구를 준비했다. 정 대령은 “케이블 타이는 체포한 선관위 직원들을 포박하는 용도, 니퍼는 케이블 타이를 끊는 용도, 망치는 혹시 직원들이 문을 잠그면 이를 부수는 용도, 복면은 체포한 선관위 위원들에게 씌워 저희 얼굴 등을 못 보게 하는 용도, 야구방망이는 위협용, 테이프는 각 선관위 위원들이 누군지 모르니 체포한 인원들 이름을 종이로 써 테이프로 몸에 붙여놓으려던 것”이라고 검찰에 진술했다.
노상원 전 사령관이 건넨 ‘계엄시 업무 지시사항 문건’에는 정보사에서 체포해야 할 선관위 부서와 직원 명단이 적혀 있었다.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위원장 및 위원 9명(이내영 위원장과 조규영 상임위원 및 강현철·김상우·박민규·박원호·박해성·이동훈·전현정 위원), 여심위 직원 14명, 전산실 직원 7명’ 등 30명이 체포 대상이었다. 대학교수, 변호사, 기업인 등 선관위 외부인으로 구성된 여심위 위원들도 체포 명단에 포함됐다. 김봉규 대령은 “노상원 전 사령관이 준 서류에는 각 부서의 이름도 적혀 있었는데, 내가 아는 이름이 아니다 보니 이름까지는 기억나지 않는다”라고 검찰에 진술했다. 왜 이들이었을까? 김봉규 대령은 “노 전 사령관으로부터 체포 대상 선관위 직원들이 부정선거의 핵심 인물이라고 들었다. 그래서 나도 들은 대로 (부하들에게) 부정선거의 핵심 인물들이라고 설명했다”라고 검찰에 진술했다.
노상원 전 사령관이 정성욱 대령에 이어 김봉규 대령에게 지시한 건 총 4가지였다. ‘①수방사 문서고 출입에 필요한 업무 협조 ②중앙선관위에 다음 날(2024년 12월4일 아침) 6시30분까지 가서 인사부서를 통해 중앙선관위 직원 확인 및 회의실 2~3개 확보 ③중앙선관위 운영부서에 가서 선관위 홈페이지에 부정선거 및 선거 조작 관련 알고 있는 사항에 대해 양심 제보할 수 있도록 안내 공고 게재 ④중앙선관위 방송실을 통해서 내부 방송을 통해 계엄 상황 전파하며 직원들이 동요하지 않고 우리 요원의 안내에 잘 따르도록 하는 것.’ 선관위를 침탈한 뒤 ‘정성욱 대령조’가 체포한 30명을 신문하고, 수방사로 호송한다는 목적에 따른 세부 지시사항들이다.
“(노상원 전 사령관이) 정성욱 대령팀이 대상자들을 우리(김봉규 대령조)에게 데려다주면 우리가 부정선거에 관한 내용을 물어보고, 필요한 내용을 작성하게 하고, 노태악(중앙선거관리위원장)에 대해서는 내(노상원)가 직접 물어보면서, 부정선거를 어떻게 진행했는지 물어볼 거다. 그때 특수요원들을 2명 정도 붙여달라고 했다. 특수요원 두 명을 제(김봉규) 뒤에 세운 다음, 잘 진술 안 하면 겁도 주고 해야 한다면서. 그리고 또 첫날 30명이 확인되면 그 인원을 차량으로 버스, 승합차 등 4대를 준비해서 나눠 태운 다음에 수방사 문서고로 옮긴다고 말했다. 그때 차량에 특수요원들을 나눠 탑승시켜서 말 안 듣는 인원이 있으면 통제도 하라고 했다.” 김봉규 대령이 검찰에 진술한 내용이다.
‘부정선거 관련 조사 때, 선관위 직원들을 위협하라’는 노상원 전 사령관의 지시는 실제 작전에 투입된 정보사 요원들에게도 하달됐다. 정보사 김 아무개씨의 검찰 진술에 따르면, 김봉규 대령은 강원 속초에서 온 정보사 산하 특수공작부대(HID) 요원들에게 “너희들은 내가 취조할 때 내 뒤에 서서 취조 대상자들이 나를 해하려고 하면 나를 보호해라. 그리고 내가 취조할 때 상대방이 겁을 먹을 수 있도록 옆에서 책상을 치거나 욕을 하거나 노려보는 등으로 취조 분위기를 조성해라”라고 지시했다.
.. 후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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