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의원은 지난 7일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소추안 표결에 끝내 불참했다. 국민의힘 당론을 따르겠다는 이유였다.
김 의원의 사무실 건물 내부 계단에는 도봉구민의 분노가 가득했다. 당내에 쓴소리도 마다하지 않겠다던 당찬 청년 국회의원이었기에 지역구민들의 실망감은 더욱 크게 다가온 듯했다. 날계란과 밀가루, 케첩 등이 사무실을 뒤덮고 있었다.
사무실 문 앞에는 새내기 대학생의 편지 한통이 놓여있었다. 덕성여대 재학생 조다빈 양은 "수치스럽고 화가 난다"고 편지에 적었다. 조 양은 "(김 의원이) 도봉구를 위해 열심히 일하는 것도 알고 있다"며 "토요일 저녁, 국민의힘에는 기대하지 않았으나 김재섭 의원에 대한 기대는 있었다. 그리고 그 기대는 '개표 무산'이라는 결과로 돌아왔다"고 질타했다.
조 양은 2차 탄핵안 표결에는 참여해줄 것을 김 의원에게 호소했다. 그는 "의원님, 국민들·도봉구 주민들은 잊지 않습니다. 우리의 목소리를 들으십시오. 기대하겠습니다"라고 적혀 있었다. 편지 뒤편에는 "12월 9일, 오늘은 제 동생의 생일입니다. 저는 동생이 두려움에 떨지 않을 수 있는 세상에서 살기를 바랍니다. 그런 세상을 선물하고 싶다"고 쓰여 있었다.
<더팩트>가 만난 대다수의 도봉구민은 김 의원에게 "실망감과 배신감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오전 8시께 사무실을 찾은 50대 여성 A씨와 B씨의 손에는 '민주주의는 죽지 않았습니다. 꼭 투표하세요. 지켜보겠습니다', '김재섭 님 주민들이 지켜봅니다' 등 항의성 멘트가 적힌 종이가 있었다.
A씨는 지난 4월 총선에서 김 의원에게 한표를 행사했다고 한다. 김 의원이 구민들과 적극 소통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그러나 지금은 분노와 배신감이 얼굴에 서려있었다.
A씨는 "우리 50대들은 5.18의 아픔을 알기 때문에 계엄의 무서움을 안다"며 "구민들은 김 의원을 뽑을 때 우리의 목소리를 대변해줄 것이라 믿고 뽑았다, 국민들을 '개 돼지' 취급 말고 투표장에 들어가라"고 당부했다.
36년간 도봉구에 거주한 60대 여성 C씨도 답답하긴 마찬가지다. C씨는 김 의원이 구민들로부터 지지를 두텁게 받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 손자도 김 의원을 안다, SNS에 올리고 그랬다. 그런데 이런 행보는 정말 실망스럽다"라며 질타했다.
성신여대에 재학 중인 김모(24) 씨는 황당한 마음으로 이곳을 찾았다고 한다. '뒤돌아 사퇴하라'는 메모를 남기던 김 씨는 "(김 의원을) 용납할 수 없으며, 최소한 계엄령 해제에 투표 했으면, 이 정도는 구민으로써 기대할 수 있지 않나"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기가 어떤 여당으로써 의견을 표현하고 싶으면 여당으로써 존재해야 한다 그러려면 투표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신희주(52·남) 씨는 쌍문역 3번 출구 앞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있었다. 신 씨는 "오늘 오후 7시에 의지 보여주십쇼", "내란 동조범이 우리 지역 대표라니 말이 됩니까" 라고 소리쳤다.
지나가는 시민들은 "수고하십니다", "고생하십니다" 등의 말을 전하며 신 씨를 격려했다. 몇몇은 따뜻한 음료를 건네며 신 씨의 추위를 녹였다.
신 씨는 1980년 5월의 광주를 직접 경험했다. 그는 "대학교 다닐 때 전두환, 노태우 등 내란수괴를 잡기 위해 열심히 싸웠는데, 어떻게 내란 동조범이 우리 지역 대표가 될 수 있나 참을 수 없어 이른 시간이지만 나왔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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