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모(58)씨는 지난달 서울 한 재활병원에 입원했던 80대 노모의 퇴원 절차를 밟았다. 지난해부터 주머니 사정을 더욱 죄던 간병비가 올 들어서는 하루 14만원, 한 달 400만원을 넘어서면서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 됐다. 병원비까지 더하면 한 달 부양비는 600만원에 육박했다. 정씨는 “간병비 대부분은 본인 부담이라 2년간 마이너스 통장으로 버텨왔다”며 “‘간병 파산’이라는 말이 실감이 났다”고 21일 말했다.
몇 년 전만해도 하루 7만~8만원 정도였던 간병비는 코로나19로 인력난이 가중되면서 현재는 평균 12만~15만원 수준으로 껑충 뛰었다. 소변줄을 끼우거나 휠체어를 타는 환자 등 상대적으로 까다로운 간병의 경우 하루 19만원까지 부르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조선족 인력의 입국이 어려워진 점, 주기적인 유전자증폭(PCR) 검사에 대한 부담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간병인 이탈이 심해진 영향이다
성모(46)씨는 뇌 수술을 받은 70대 모친을 간병하기 위해 지난 1일부터 휴직에 들어갔다. 간병비가 저렴하다는 곳을 수소문해도 한 달에 최소 300만원은 줘야 했다. 그는 “월급을 통째로 간병비로 내야 하는 상황이었다”며 “코로나 전에는 파트타임 간병인과 내가 번갈아 가며 돌볼 수 있었지만 지금은 24시간 간병인이 상주해야 해 비용 감당이 어려웠다”고 했다.
간병인 유급휴가도 코로나19 상황에서 비용 상승 요인으로 작용한다. 대부분의 간병인은 계약서를 쓰지 않고 일당으로 계산해 주급으로 정산하는데, 2주를 일하면 하루는 유급휴가 처리하는 게 관행이 됐다고 한다. 하지만 코로나로 유급휴가가 어려워지자 2주마다 하루 치 일당을 추가로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최모(60)씨는 매월 1·3주 차에는 84만원씩, 2·4주 차에는 일당 12만원을 더한 96만원씩을 지불한다. 최씨는 “주말이나 간병인 휴일에라도 직접 엄마를 돌보면 부담이 줄어들 것 같다”며 “한 달 내는 부양비만 550만원”이라고 말했다.
‘공동 간병’을 선택하는 보호자도 늘고 있다. 이모(50)씨는 지난달 아버지를 간병인 1명만 두는 4인실로 전원시켰다. 종전의 남성 간병인이 일당 17만원에서 1만원을 더 올려달라고 요구했기 때문이다. 현재 남성 간병인 공급이 특히 부족해 다른 인력을 구하기도 어려웠다.
병원 관계자는 “간병인과 일대일 소통이 어려울 수 있으니 환자의 성격, 버릇 등 세세한 부분까지 미리 자세하게 적어달라”고 요청했다. 이씨는 아버지가 좋아하는 음식, 피부 질환 상태, 잠드는 시간 등을 A4용지 2장에 빼곡하게 적어줬다. 그는 “병실을 옮기던 날 이유를 눈치챈 아버지가 ‘미안하다’고 말하더라. 남몰래 주저앉아 많이 울었다”고 말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6월 기준 간병인도우미료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7.4% 상승했다. 한 요양병원 관계자는 “계약서 없이 대부분 현금으로 지급해 실제로는 더 많이 올랐을 것”이라며 “지금은 ‘부르는 게 값’이 된 터라 앞으로 더 오를 것으로 보인다. 전문 간병인 제도 등 대책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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