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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인과 강제 이별, 흥행ㆍ스토리를 지우는 프로농구

난라다리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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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200㎝가 넘어 KBL 무대를 떠나는 데이비드 사이먼(왼쪽)과 시즌 후 은퇴를 예고한 로드 벤슨. KBL 제공

 



농구 선수는 키가 무기다. 크면 클수록 좋은 대우를 받는다. 신장 측정을 할 때 1㎝라도 더 나오기 위해 여러 방법과 수단을 동원하는 경우도 흔했다. 농구화를 신고 잰 신장을 공식 프로필로 내세우기도 했다.

하지만 한국프로농구는 최근 기이한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선수들의 키를 어떻게 하면 줄일 수 있을까 고민에 빠진 것. 한국프로농구연맹이 다음 시즌부터 외국인 선수들의 신장을 장신 200㎝, 단신 186㎝로 제한했기 때문이다. 

안양 KGC인삼공사에서 뛰었던 데이비드 사이먼(36ㆍ203㎝)은 지난 2일 KBL(한국농구센터) 센터를 찾아 키를 쟀다. 한국 무대에서 계속 뛰기 위해선 200㎝ 아래로 측정된 줄어든 키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재측정 한 결과 사이먼의 키는 202.2㎝로 나왔다. 그는 혹시나 하며 2시간 뒤 다시 키를 재봤지만 200㎝ 이하로 줄지 않았다. 

키를 줄이지 못한 사이먼은 자신에게 닥친 ‘강제 이별’에 낙담하며 KBL 센터를 떠났고, 이튿날 오전 팀 동료들과 눈물의 작별 인사를 나눈 뒤 고향으로 갔다. 사이먼에 이어 전주 KCC의 찰스 로드(33ㆍ200.1㎝), 서울 SK의 제임스 메이스(32ㆍ200.6㎝)도 재측정을 예약해뒀다. 키를 줄이는 과학적인 방법이 없어 ‘운동을 많이 해서 발바닥 살이라도 빼야 한다’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KBL 역사의 한 페이지를 쓴 200㎝ 이상의 외국인 선수는 본인 의지와 상관 없이 팬들과 인사도 나누지 못하고 떠났다. 2016~17시즌 KGC인삼공사의 통합 우승 주역이자 올 시즌 득점 1위 사이먼이 기약 없는 이별을 했고, 2010년 원주 동부(현 DB) 유니폼을 입고 무려 7시즌을 국내 무대에서 뛰었던 로드 벤슨(34ㆍ206.7㎝)은 이번 시즌 종료 후 은퇴를 고려하던 찰나에 바뀐 규정으로 의사를 굳혔다. 

또 역대 통산 블록슛 1위에 이름을 올린 DB 김주성(1,037개)의 뒤를 따르고 있는 로드(561개)가 200㎝ 이하로 나오지 않는다면 블록슛 기록은 향후 10년간 바뀔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한 구단 관계자는 “사이먼이나 로드 등은 팬들에게 친숙하고, 인기도 많은 외국인 선수들”이라며 “가뜩이나 스타가 없는 마당에 스토리와 흥행 가치가 있는 선수들을 떠나 보내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김지섭 기자

기사제공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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